20년 넘게 디젤 배기가스 같은 물질에 노출돼 일하다 폐암에 걸린 환경미화원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손해배상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0일 민주노총 법률원 광주사무소에 따르면 순천시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던 중 폐암 진단을 받은 노동자 A씨와, B씨의 유족이 순천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의 화해권고 결정을 지난 1월14일 내렸다. 순천시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지난달 16일 확정됐다.
순천지원이 결정한 화해권고에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환경미화원 A씨에게는 1천200만원을, B씨 유족에게는 1천500만원을 순천시가 지급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A씨는 1990년 환경미화원으로 채용돼 일하다 2017년 원발성 폐암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다. B씨는 1996년 채용돼 일하던 중 역시 2017년 원발성 폐암 단달을 받고 투병 중 숨졌다.
A씨와, B씨의 유족은 순천시가 유해물질로 인한 위험방지를 위해 마스크를 비롯한 보호장구를 지급하거나 수거 차량에서 배출되는 매연을 줄이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2019년 8월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들은 순천시가 수거 차량 뒷부분에 탑승할 경우 자동차 배기구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을 흡입할 가능성이 큼에도 이를 방지하지 않았고, 노출된 유해물질에 대해 안전교육 등을 하지 않는 등 안전배려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A씨와 B씨는 지난해 1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를 인정받기도 했다. 공단은 A씨와 B씨가 각각 27년1개월과 20년4개월 동안 차량 탑승·폐기물 수거, 도로변 쓰레기 청소를 비롯한 업무를 하면서 폐암 유발 물질인 디젤 엔진 연소물질에 장기간 노출됐다고 인정했다. 결정형 유리 규산·석면에도 간헐적으로 노출된 사실도 인정했다.
김성진 민주노총 법률원 광주사무소 변호사는 “기존에 직업성 질환이 발생한 경우 그 자체가 잘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며 “인정된다고 해도 지자체가 별도의 손해배상을 하진 않고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처리를 하고 마무리한 것이 대다수였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서는 지자체에 손해배상 의무가 있고, 직접적·추가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확인했다”며 “순천시뿐 아니라 다른 지자체도 직업성 질환에 노출된 환경미화원 노동조건에 관심을 가지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