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 김효정 기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제정 취지이기도 한 신속한 재해보상을 위해 산재보험 선 보장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자와 전문가 10명 중 7명 이상이 선 보장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한국노총은 7일 노동자와 산재보험 전문가·이해 관계자 42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산재보험 선 보장 제도 도입 필요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0월18일부터 11월4일까지 노동자·변호사·공인노무사·의사 등을 대상으로 산재보험 제도 개선 방향을 물었다.

산재 처리, 업무상 질병 235일·사고 17일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업무상 질병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기간은 평균 235.9일이다. 업무상 사고는 평균 17.5일 걸렸다. 산재보험법에 따르면 공단은 요양급여 신청을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 지급 여부를 결정해 통보해야 한다. 그런데 7일 안에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 등 산재 처리를 위한 행정절차에 들어가는 시간은 포함하지 않는다.

업무상 질병 산재 처리 지연 문제에 대한 인식 정도를 물었더니 응답자 51.4%가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다. 산재보험 제도 중 가장 시급한 개선점으로는 △근골격계질병 추정의 원칙 제도(31.3%) △업무 관련성 특별진찰 제도(25.2%) △업무상 질병 역학조사 제도(16.6%)를 꼽았다. 공단은 근골격계질병 추정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지만 실제 적용률은 2023년 기준 4.2%에 불과할 정도로 유명무실한 수준이다. 산재 심사 과정에 특별진찰 의뢰건수가 늘어나고 그에 따른 소요기간이 증가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산재보험 선 보장 제도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는 응답자 55.4%가 “매우 필요하다”, 20.3%는 “일정 부분 필요하다”고 답했다. 필요하다는 답변이 93.9%에 이른다. 산재보험 선 보장은 업무와 재해 사이 인과관계에 대한 의학·과학적 연구가 미흡한 경우 국가가 산재보험을 우선 적용하자는 취지의 제도다. 이를테면 업무상 사고는 7일, 업무상 질병은 90일의 재해조사 기간을 부여하되 해당 기간 내에 의학·과학적 결론을 내지 못하면 산재로 인정하는 식이다.

“산재 처리 기간 길어져 신체·정신·경제적 고통 노출”

산재보험 선 보장 제도 도입 필요성에 대해 직무·업무 특성별로 응답 현황을 살펴보면 특수고용직·플랫폼 및 프리랜서 노동자의 94.2%, 노동자 91.0%, 산재보험 관련 업무종사자 56.0%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산재보험 선 보장 제도가 도입될 경우 산재신청 후 어느 시점에 적용할 것인지도 물었다. 응답자 40.2%는 “산재신청과 동시”라고 꼽았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산재 처리 지연으로 산재노동자는 신속한 치료와 보상을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생계비·치료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업무상 질병 산재 처리 지연 문제의 심각성이 실태조사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산재보험 선 보장 제도적용이 시급한 질병으로는 근골격계질병(47.0%), 뇌심혈관계질병(22.7%), 직업성 암(15.9%) 순으로 조사됐다. 한국노총은 “장기간 소요되는 산재 처리 지연 문제로 인한 노동자의 신체·정신·경제적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선 보장 제도 도입이 절실하다”며 “산재보험이 사회보험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업무상 재해 전반에 대해 산재신청과 동시에 선 보장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산재보험기금 재정 건전성을 해치지 않기 위해 선 보장 제도의 적용 범위와 기준 등에 대해서는 논의를 거쳐 합리적 방안을 마련하자고 주문했다.